"200만원 게임기 약속했더니 진짜 1등한 아들, 어쩌죠?" [이슈+]

입력 2022-07-30 18:20   수정 2022-07-30 18:21


"아들, 이번 시험 반에서 1등 하면 게임기 사줄게"

올해 중학생인 아들이 갖고 싶어 하던 게임기의 가격은 200만 원에 달했다. 직접 아르바이트를 해 돈을 모아 게임기를 사겠다는 아들의 말에 걱정이 앞선 엄마는 덜컥 1학기 기말고사에서 '반 1등'을 하면 게임기를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아들이 평소 공부에 흥미가 없었기 때문에, 약속을 하고도 크게 걱정하지 않던 엄마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아들이 진짜 1등을 했다"는 사연을 전하면서 고민을 털어놨다. 1등 아들의 엄마 A 씨의 고민은 바로 너무나도 비싼 게임기의 가격이었다.

A 씨는 "마음 같아선 사주고 싶었는데, 빚 갚느라 정말 돈이 부족해서 공부나 좀 하라고 했더니 아들이 '반에서 1등을 해오면 선물로 사달라'고 하더라"며 "그래서 알겠다고 했는데, 진짜 1등을 해왔다"고 적었다.

A 씨는 이어 "28명 있는 반에서 20등 정도로 공부도 잘 못 하는 편이었고 관심도 없어 보였는데, 영어에서 좀 틀리고 나머지는 거의 100점을 맞았다"며 "200명가량인 전교생 중에선 7등을 했다"고 전했다.

아들이 공부에 소질이 있다는 걸 처음 느낀 A 씨는 너무나도 기뻤지만, 200만 원짜리 선물을 선뜻 사줄 돈이 없어서 고민하는 스스로가 너무나도 싫었다고. A 씨는 남편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사연도 공개했다.


A 씨는 "아이한테는 여름방학 중에 사준다고 말은 했는데,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아이의 의욕과 믿음을 완전히 꺾어버리는 일이 될 것 같다"며 "정말 못났다"고 스스로를 나무랐다.

그러면서 "일단 사주는 게 맞는 거냐"고 네티즌들의 의견을 물었다.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네티즌은 "'쓰리잡'을 뛰든, 할부 결제를 하든 안 사주신다면 앞으로 아이가 A 씨의 말을 믿겠냐"며 "A 씨는 게임기를 사줌으로써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걸 아이에게 알려줄 수 있고, 우리 엄마는 나랑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믿음과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노력하면 보상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하루에 한 끼 먹는 한이 있더라도 사줘야 한다", "내 자식이 목표를 잡고 열심히 했다는 건데, 어떻게든 사줬을 것 같다", "조건 하나 걸면 서울대도 가겠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오은영 박사는 '이번 생에 부모는 처음인 부모'들에게 "지키지 못할 약속은 절대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오 박사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부모 십계명'을 통해 "사실이 아닌 말로 그 순간만 모면하려고 하면 아이는 부모를 믿지 못하게 된다"고 한번 한 약속은 꼭 지키라고 강조했다.


부모 십계명은 ①아이 말을 중간에 끊지 마세요 ②따뜻한 눈길로 바라봐 주세요 ③여러 사람 앞에서 나무라지 마세요 ④때리지 마세요 ⑤그렇다고 버릇없이 키우진 마세요 ⑥지키지 못할 약속은 절대 하지 마세요 ⑦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을 대신 해주지 마세요 ⑧자녀에게 사과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⑨아이가 엄마 아빠 정말 미워라고 화낼 때 너무 속상해하거나 같이 화내지 마세요 ⑩아빠들은 아이와 보내는 시간의 양보다 질을 더 신경 쓰세요로 이뤄져 있다.

오 박사는 지난 어린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십계명을 다 지키긴 어렵다. 언제나 육아는 완벽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방향성을 가지고 노력하는 것"이라며 "부모가 되는 건 쉽지만, 양육이 어려운 거다.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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